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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백산상회, 무역을 가장한 항일거점 – 부산에서 피어난 안희제의 독립혼

1914년 부산 동광동 한복판에 문을 연 ‘백산상회(白山商會)’는 겉보기엔 곡물과 해산물을 거래하는 평범한 민간 상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조국의 독립을 도모하던 이들의 은밀한 전진기지였습니다. 백산상회를 설립한 이는 경상남도 의령 출신의 민족 자본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안희제(安熙濟)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었습니다. 국권 회복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상업이라는 외피를 입힌 ‘독립운동 네트워크’를 현실화한 전략가였습니다. 이 상회는 상하이임시정부와 연결된 독립운동 자금 송출 창구이자,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의 연락 기지로 기능했습니다. 겉으론 무역과 유통을 위한 상업 활동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고향 땅에서 팔아 마련한 자본과 지지 세력을 동원해 독립운동의 생명줄을 이어갔습..

물질보다 강한 외침 – 1932년 제주 해녀들의 항일 봉기, 생존을 넘어 민족의 이름으로

1932년 겨울, 바닷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제주 잠녀(潛女, 일반적으로 ‘해녀(海女)’라고도 합니다. 이후 글에선 해녀라 칭하겠습니다.)들은 자신들의 호흡보다 더 큰 소리를 세상에 내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물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들에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억압이 다가왔습니다. 그 억압은 단순히 저임금이나 부당한 계약 형태가 아니라, 식민지 체제 아래서 일제 당국과 일본 상인, 어용 잠녀조합이 함께 결탁하여 해녀들을 수탈하는 구조 그 자체였습니다. 해녀들은 자신들의 물질 노동이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생존의 권리,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항거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제주 해녀들은 오래전부터 제주 해양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1930..

진남관에서 피어난 저항의 불꽃 – 여수공립보통학교 학생운동의 발자취

전라남도 여수는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전승 신화가 깃든 군사 요충지이자, 동시에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숨은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여수공립보통학교는 충무공 이순신이 머물렀던 유서 깊은 건축물 ‘진남관(鎭南館)’을 교사로 사용하며, 그 공간에서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근대 교육과 항일 운동이 함께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가집니다. 이 학교는 1908년 사립 경명학교로 출발해 1911년 공립보통학교로 전환되었고, 1935년까지 진남관을 교사로 활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여수공립보통학교는 일제의 식민교육에 맞선 학생들의 자주적 저항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특히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까지 이 학교에서는 일본인 교장과 교사들의 민족차별적 행위에 항의하는 동맹휴교, 항일 격문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