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부산 동광동 한복판에 문을 연 ‘백산상회(白山商會)’는 겉보기엔 곡물과 해산물을 거래하는 평범한 민간 상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조국의 독립을 도모하던 이들의 은밀한 전진기지였습니다. 백산상회를 설립한 이는 경상남도 의령 출신의 민족 자본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안희제(安熙濟)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었습니다. 국권 회복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상업이라는 외피를 입힌 ‘독립운동 네트워크’를 현실화한 전략가였습니다. 이 상회는 상하이임시정부와 연결된 독립운동 자금 송출 창구이자,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의 연락 기지로 기능했습니다. 겉으론 무역과 유통을 위한 상업 활동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고향 땅에서 팔아 마련한 자본과 지지 세력을 동원해 독립운동의 생명줄을 이어갔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