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영동군은 예부터 삼남(三南)의 교통 요충지로 꼽혀왔습니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는 삼도봉이 있는 이 지역은 조선시대에는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활발했던 관문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통로로 기능했습니다. 그 중심에 위치한 학산면 박계리는 조용한 농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그 땅 위에는 항일의 피와 눈물이 스며든 역사가 존재합니다.1919년 3월,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3·1운동의 물결은 이 작은 마을에서도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특히 박계리에서 시작된 시위는 단순한 만세 외침을 넘어, 실제로 면사무소를 점거하고 일제의 식민 통치를 상징하던 시설들을 파괴하는 등 적극적이고 과감한 저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위의 상징적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뽕나무 묘목 2만 7천 그루’를 불태..